왜 아무것도 하기 싫을까?
의욕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잠깐 쉬면 괜찮아질 것 같지만, 휴대폰을 한참 보고 나서도 여전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대개 하나다.
"내가 너무 게으른가?"
하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상태를 의지의 문제로만 설명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많다.
해야 할 일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시작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행동을 시작하게 만드는 조건에 있는 것은 아닐까.
피곤하면 의욕부터 사라진다
사람의 의욕은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긴장하거나, 쉬지 않고 일을 계속하면 몸과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이때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의외로 거창한 능력이 아니다.
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하던 일들이 갑자기 귀찮아진다.
메일 하나에 답하는 일,
샤워를 하는 일,
책상에 앉는 일.
모두 알고 보면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에너지가 떨어진 상태에서는 시작하는 데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기 싫음'은 때때로 게으름의 증거가 아니라 에너지 부족의 결과가 된다.
할 일이 많으면 뇌는 먼저 멈춘다
해야 할 일이 하나라면 선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쌓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업무를 먼저 해야 할까.
답장을 먼저 해야 할까.
급한 것부터 해야 할까.
쉬었다가 해야 할까.
행동하기 전에 결정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이른바 결정 피로가 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많은 일을 계속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바쁜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상한 상태가 만들어진다.
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행동이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멈출 수도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첫 번째 1분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은 실제로 해보면 별로 어렵지 않다.
문제는 시작하기 전이다.
컴퓨터를 켜고, 파일을 찾고, 자료를 정리하고, 첫 문장을 써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머릿속에서 한꺼번에 펼쳐지면 실제 행동보다 일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목표를 작게 만드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보고서를 끝낸다'가 아니라 파일을 연다.
'운동을 한다'가 아니라 운동복을 입는다.
'공부를 한다'가 아니라 책을 펼친다.
행동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일을 대충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작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에 가깝다.
완벽주의는 게으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반드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잘하고 싶기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해야 한다.
시간을 들인 만큼 결과가 나와야 한다.
어설프게 시작할 바에는 나중에 제대로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은 겉으로 보기에는 미루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느끼는 부담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행동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휴식했는데도 왜 회복되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는데도 피곤할 때가 있다.
특히 휴대폰을 보면서 쉬는 경우가 그렇다.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뇌는 계속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인다.
짧은 영상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영상이 나오고, 새로운 소식과 메시지가 이어진다.
물론 휴대폰을 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움직이지 않는 것과 회복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때로는 아무런 정보도 들어오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천천히 걷거나, 잠을 자는 것처럼 특별한 목적이 없는 시간이 오히려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하기 싫음'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같은 행동이라도 이유는 모두 다를 수 있다.
지쳐서일 수도 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일 수도 있다.
시작이 부담스러워서일 수도 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일 수도 있고,
계속되는 자극에 익숙해져 평범한 일이 지루해진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정말 쉬어야 할 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왜 나는 이렇게 게으를까?'라는 질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금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지금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이 달라지면 해결 방법도 달라진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회복이 필요하고,
일이 너무 많다면 우선순위를 줄여야 한다.
시작이 어렵다면 첫 단계를 작게 만들면 된다.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면 처음부터 잘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의욕은 출발점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의욕이 생겨야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의 순서가 나타나기도 한다.
작은 행동이 먼저 일어나고, 그다음에 의욕이 따라오는 것이다.
파일을 열었더니 생각보다 할 만하고,
운동복을 입었더니 밖에 나갈 수 있을 것 같고,
책을 펼쳤더니 한 페이지 정도는 읽을 수 있다.
큰 변화가 아니라 아주 작은 움직임이 다음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의욕을 기다리는 것보다 행동의 크기를 줄이는 편이 현실적일 수 있다.
한 가지 기억할 것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
게으름일 수도 있지만,
피로일 수도 있고,
부담일 수도 있고,
과부하일 수도 있다.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은 같아도 그 원인은 다르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하기 싫은 마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이 왜 생겼는지를 알아보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