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탐구생활
생활 리듬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게
게으름이 아닌 이유

읽는 시간 약 5분

고등학교 때는 새벽 2시에도 멀쩡했습니다. 그런데 서른이 넘으니 알람을 안 걸어도 6시 반쯤 눈이 뜨입니다. 부지런해진 것도, 철든 것도 아니에요. 몸속 시계가 앞으로 이동한 겁니다.

수면 연구에서는 이 시계의 위치를 크로노타입이라고 부릅니다. 시계가 앞으로 당겨져 있으면 아침형, 뒤로 밀려 있으면 저녁형입니다.

1976년에 만든 설문에서 시작했다

아침형·저녁형을 처음 점수로 매긴 건 1976년 혼과 오스트베리라는 두 연구자였습니다. 이들이 만든 설문의 이름은 MEQ. 지금도 수면 연구에서 기본 도구로 쓰입니다.

흥미로운 건 질문의 성격이에요. "부지런한가요" 같은 걸 묻지 않습니다. 대신 이런 걸 묻습니다. 아무 일정이 없다면 몇 시에 일어나고 싶은지, 일어난 뒤 30분 동안 얼마나 정신이 맑은지, 아침에 밥 생각이 있는지, 저녁에 몇 시쯤 졸음이 오는지.

의지나 성실성을 묻는 문항이 없습니다. 몸이 언제 켜지고 언제 꺼지는지만 봅니다. 그게 이 설문의 전제니까요.

시계는 나이에 따라 움직인다

독일의 틸 뢰네베르크 연구팀은 MCTQ라는 설문으로 수십만 명의 수면 시간대를 모았습니다. 나이별로 그림을 그려보면 곡선이 나옵니다. 어릴 때는 이른 편이고, 사춘기를 지나며 급격히 뒤로 밀립니다. 십대 후반에서 스무 살 무렵이 가장 늦고, 그 뒤로는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다시 앞으로 당겨집니다.

그러니까 밤에 안 자려고 버티는 고등학생은 반항하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나이대의 몸이 그렇게 세팅되어 있는 거예요. 이 발견 때문에 미국 여러 교육청이 등교 시간을 늦추는 실험을 했고, 늦춘 학교에서 학생들의 실제 수면 시간이 늘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또 하나. 대부분의 사람은 극단이 아닙니다. 완전한 아침형과 완전한 올빼미는 소수고, 대다수는 중간 어딘가에 몰려 있습니다. 자기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기울었는지 아는 정도가 현실적으로 쓸모 있습니다.

월요일이 무너지는 건 시차 때문

저녁형인 사람은 평일에 늘 잠이 모자랍니다. 몸은 1시에 자고 싶은데 출근은 9시니까요. 그래서 주말에 몰아서 잡니다.

2006년, 뢰네베르크 팀의 비트만 등이 이 상태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회적 시차(social jetlag).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매주 두어 시간의 시차를 왕복하는 셈이라는 뜻이에요.

토·일에 세 시간 늦게 일어나면 생체시계가 그쪽으로 조금 이동합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알람이 그걸 강제로 되돌립니다. 일요일 밤에 잠이 안 오고 월요일 오전이 안개 같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총 수면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는 시간대가 매주 흔들려서 생기는 피로입니다.

여기서 좀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녁형인 리듬 자체는 결함이 아닌데, 학교와 회사 일정이 아침 기준으로 짜여 있어서 저녁형은 컨디션이 가장 낮은 시간대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하게 됩니다. 아침형은 반대죠. 같은 능력이어도 결과가 다르게 보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한가"로 읽히는 상황이 실은 시간대 배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리듬을 조금 당기고 싶다면

타고나는 부분이 크다고 해서 손을 못 대는 건 아닙니다. 생체시계는 빛에 반응합니다. 그리고 빛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아침 빛은 시계를 앞으로 당기고, 밤의 밝은 빛은 뒤로 밉니다.

몇 주를 해도 아침이 계속 괴롭고 낮 졸음이 심하면, 이건 습관 조절의 범위를 넘은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수면 진료를 한 번 받아보는 게 맞습니다.

자기 리듬을 알면 두 가지가 가능해집니다. 중요한 일을 컨디션 좋은 시간에 몰아두는 것. 그리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자신을 조금 덜 자책하는 것.

참고한 자료

나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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